얼굴에 무언가를 바른다는 것
 요 한달동안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다녔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얼굴에 칠을하고 다녀본 적이 없었지만, 괜시리 다른 사람들 다 바른다는 로션도 얼굴에 발라보고, 여자친구가 사 준 스킨도 발라보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동질감을 하나라도 획득하고픈 생각이 있었나보다. 물론 바르면 피부가 좋아진다는 대의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물론 처음에야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바르면 좋다길래, 건조한 겨울에서 얼굴이 괜찮다길래 해봤는데 얼굴에 때가 하얗게 뜨고 입술이 건조해지기는 마찬가지여서 조금 실망한 면이 있지만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러다 매일매일 바르던 피부에 약간의 변화가 생긴건지 겉으로 보기에 문제가 없을 듯할 정도로 피부가 좋아졌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이건 봄이 되어서 몸에 생기가 돌면 가능한 정도라는 거. 제작년에도 혹은 그 이전에도 이정도 피부는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투입한 것도 있고, 계속 하다보니 관성도 생겨서 쭈욱 발랐다. 별로 큰 효과가 없는데도 다른 이유 없이 몰입해가는 경우랄까.

 그런데 한 3주 전일까. 오른쪽 뺨 광대뼈가 가장 돌출되어 있는 부분에 있는 붓기가 더 심해졌다. 고 3 때일까, 그 때부터 이 부분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여드름도 나고 뾰루지도 나고 하튼 별별 이상한 것들이 계속 나기 시작했다. 근데 이제는 피도 나고 염증도 생기고 하튼 갖가지 방식으로 내가 스트레스를 일으키게 하는 게 아닌가. 이걸 짜기도 하고 냅두기도 하고, 그러다가 손이나 물건에 살짝 스치기만 해도 욱신욱신 거리는 여기에 더 이상 집중하기 귀찮아서 혹시 화장품을 바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하고 냅두기로 했다. 그렇게 한달정도 지나고 나니 피가 당장 안나는 것도 대단한 일일텐데, 붓기도 사라지고 보라색 피부도 다시금 온전한 살색으로 돌아가고 있다. 방금도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 보아도 아픔이 없다.

 왜 화장품을 발랐을까. 특히 스킨이나 로션 같은 기초화장품은 이뻐지려고가 아닌 피부에 건강을 주기 위해서일텐데. 내 경우는 완전 상반되게 안 바르고 있을 때 피부가 더 낫다. 인간의 자정능력이 대단한 걸 뭐 그렇게 가꾸겠다고 바르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물론 내가 원래는 도적처럼 머리를 일주일동안 안감고 다니고, 한 3일정도는 샴푸 없이이 물만으로도 매끈매끈한 머리를 유지했던 사람이긴 하지만, 제작년쯤일까. 블로거 "은하"님이 한 번 안감아 보고는 꽤 괜찮다고 이야기 한 게 생각나는데, 보통 인간들도 삶에 강제하는 여러 행위들이 사실은 그 행위가 유지되기 위한 관성에 불과한 것일 뿐, 그 목적성과 행위 사이에는 그렇게 큰 관련성이 없는 게 상당수 있지 않을까 싶다.
by 베르나데트 | 2008/05/12 16:10 | 횡설 수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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